저자 김승섭은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사회역학이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라고 한다. 질병의 원인을 사회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학문 영역 바깥에서 우리는 사회역학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유아기의 경험이 성인이 돼서까지 트라우마로 남는 일이나 해고, 직업병, 고용불안, 국가적 재난, 제도의 불합리성, 소수자로서의 고통받는 삶이 각자에게 어떤 영향으르 미치는지,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아는 사실을 나열해서는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냥 아는 것과 자세히 아는 것은 조금 다를 것이다. 숫자와 통계 등의 데이터가 함께 있으면 한 사건을 두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깊이가 확연히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각종 데이터를 말하면서 우리에게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곳으로 사고의 방향을 틀어주는 역할도 한다.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의사는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이익집단으로 그려지는데, 실제로 많은 의료진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는 커녕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일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전공과 의사 자신의 연차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동시에, 의료진들이 일하는 직장(140쪽)이라는 문장을 읽고나서, 고생한만큼 돈을 많이 받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는 반문은, 그저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저급한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에서 말하는 아픔이 결국 길이 되려면 우리는 공감하고 실행하면 된다. 찬반의 공방을 떠나서 우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금전적 가치 앞에서는 이상이 현실로 바뀌기 힘들다. 게다가 세상에는 아직 고쳐야 할 것들이 많으니, 결국 개중 옥석을 가릴 것이고, 그 와중에 또 갈등이 생길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이 결국 길이 되는 것 아닐까.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까.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한 작은 목소리라도 말하기. 우리가 많은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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