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아래 책을 맘껏 읽는 독서의 계절이지만 올해 10월은 중간에 병원에 입원도 하고, 여러모로 신경쓸 게 많아서 책을 얼마 읽지 못했다. 머리가 복작복작하니 글자가 들어올 틈이 없었고, 우선 그림으로라도 그 틈을 성기게 매웠다. 잔잔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좀 진정됐던 것 같기도 하고. 힘든 한 달이었다.
어쩌다 읽기 시작했지? 9월 기록을 찾아보니, 편집자의 이야기를 다룬 <책갈피의 기분>(김먼지, 민음사)에서 눈에 띈 만화책이어서 찾아봤다. 만화 잡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쿠로사와의 이야기다. 학창 시절 유도 선수였던 쿠로사와는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뭔가 찌들지 않은 순수한 인물이다. 이런 쿠로사와가 자기만의 색깔로 편집실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모아뒀다. 운좋게 가까운 도서관에 전권이 있어서 잘 빌려봤다.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이다. 새로 나올 때마다 도서관에서 신간 도서 신청을 해야겠다.
꽤나 기대를 하고 편 책인데, 아쉽게도 쏘쏘였다. 기발한 트릭을 사용하는 일본의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클래식한 추리소설을 차용한 이 소설에 영 흥미를 못 느꼈다. 진범이 이 사람이라고? 트릭도 별게 없잖아! 아무래도 반전에 절여진 나여서 영 못마땅했는지 모르겠다. 고전/정통 추리소설 차용을 많이 해서 이쪽 장르를 좋아하는 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듯.
<중쇄를 찍자> 15권까지 다 읽은 후 문득 생각이 나 빌려온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6년 서울 어느 독립극장에서 본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이다. 스즈 역을 맡았던 배우가 예뻤다는 것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 지금 찾아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였다…! - 일본 영화 특유의 평화롭고 나른한 분위기가 많이 인상깊었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왔다. 11월에는 남은 세 권을 다 읽을 예정이다. 참 좋은 책이다.
씨네21의 김혜리 기자의 책이다.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영화를 꽤나 많이 봤기 때문에 책 목차를 보고 흥미가 돋았으나, 내 영화 지식은 그냥 껍데기 수준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알았다. 목차의 영화 제목은 다 눈에 익는데, 돌아보니 봐야지 하고 눈여겨만 두고 결국 안본 영화가 절반이 넘었다. 결국 이 책 절반을 못 읽고 날린 셈이다. 관심만 뒀던 영화들을 보고 책을 다시 읽을 예정이다.
7월부터 질질 끌어오던 대장정을 겨우 마쳤다. 1권은 4~7월, 2권은 7~10월. 한 권을 장장 4개월 동안 읽었네. 2권 중반부에 레빈이 농사하는 이야기며 여러 정치적 대화를 나눌 때는 책을 정말 덮고 싶었다. 러시아의 당시 역사와 상황을 알면 알차게 읽을텐데, 그런 건 관심없고 오로지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냐만 신경썼다. 문학을 읽으며 배경이 되는 역사와 당시의 철학을 같이 알면 좋다는데 거기까지 섭렵하기에는 내 지식이 모자르다. 3권은 11월부터 읽는다. 3권이 제일 두꺼우니 5개월은 넉넉히 잡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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