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에 아픈 몸이 차차 낫다가 이번달에 덜컥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읽었으나 머리에 남는 건 없었다.
결국 한두 줄 느낌만 남겨놓은 독서노트도 엉망이다.
힘겹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읽었으니까, 기록을 남겨둔다.
다정소감 - 김혼비, 안온북스, 2021
진지와 유쾌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책으로 다가왔다. 흠, 어쩌면 작가를 내 기준과 시선에 꽉 잡아두고 가두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김혼비라면 이런 글을 써야지, 하며 고나리질하는 건 아닌가 돌이켜본다. 아니면, 내 일상에 이미 다정함이 풍족해서, <다정소감> 속 세상을 살고 있는 중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영 심심한 거다. 그래, 이게 맞는 것 같다.
독서노트 : https://booktopia.tistory.com/529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편혜영 외, 문학동네, 2022
봄에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면, 가을에는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두 상의 기준은 등단 10년이다. 전자는 등단 10년 이내, 후자는 10년이 지난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등단 10년이 넘은 작가들은 어느정도 초연함이 느껴진다. 뭔가 중년의 안정감이랄까, 하하하. 문장도 성기지 않고 잘 읽힌다. 대체로 무난하고 논쟁거리보다는 아름다운 소묘의 느낌을 풍긴다. 그래서인지 주목도는 ‘젊은작가상’이 훨씬 높지만, 나는 ‘김승옥문학상’을 선호한다.
이번 2022년 작품집은 아주 좋다. 두고 읽을만하다. 단편들이 실린 작품집을 읽고 싶다.
독서노트 : https://booktopia.tistory.com/530
악마의 계약서는 만료되지 않는다 - 리러하, 팩토리나인, 2022
지옥에 전세를 준다는 아이디어는 꽤나 신선했다. 양푼에 온갖 음식을 비벼먹는 귀신(?)이 나왔을 때 오호라, 징그러운데 좋은걸, 했는데. 악마가 미숫가루를 타주고 의도를 알 수 없는 친절함이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 인간의 기쁨과 호의를 먹고 산다는 악마가 왜 서주(맞나?)와 이어지는지도 모르겠고. 페이지터너로서는 괜찮았다. 특이한 설정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면 시도할 만하다.
퇴근길의 마음 - 이다혜, 빅피시, 2022
이다혜 작가의 새 책이다. 제목으로 보건데 2019년에 출간된 <출근길의 마음>과 세트다. <출근길>은 부제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크’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에 주안점을 준 책이다. <퇴근길>은 특정 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비슷한 주제의 책이 많고, 다른 결로 일 잘하는 법을 다룬 책도 많지만, 작가가 가진 따뜻한 마음이 배어나서인지 따뜻한 책이다. 타인과 관계 맺기에 관한 이야기를 더 풀어내 뜻깊다.
독서노트 : https://booktopia.tistory.com/537
꿀딴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 꿀단지곰, 보누스, 2022
17년 네이버 지식인 게임탐정 ‘꿀딴지곰’이 자신의 장기 레트로 게임을 주제로 책을 발간했다. 시대별 레트로 게임의 역사 - 인베이더, 벽돌깨기부터 시작해 재믹스, NES를 걸쳐 오락실 아케이드, 메가스튜디오, 닌텐도, 플스 등 - 를 소개한다.
역사는 물론 수많은 게임을 삽화와 함께 소개한다. 책을 읽다보면 아, 이 게임 재밌었는데, 하고 추억에 젖어든다. 패미콤 세대인 나로서는 3장 ‘가정용 게임기의 태동’이 가장 재밌었다. 여기서 소개된 게임 대부분을 친구들과 재밌게 한 추억이 있어서일텐다.
독서노트 : https://booktopia.tistory.com/533
하얼빈 - 김훈, 문학동네, 2022
출간하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김훈, 안중근 - 이 두 이름에 눌려 이제야 폈다. 역사의 무거운 이야기인만큼 마음이 어둑해지는 걸 막으려고 짧게 끊어서 읽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 책은 일제 치하,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이야기다.
어지러운 시대, 역사의 파도 한 가운데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 채 표류하는 이들 가운데, 안중근이라는 하나의 별이 빛나고, 스러졌다. 영웅적인 면모 뒤에 가려진 개인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을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안중근이 정답인 시대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독서노트 : https://booktopia.tistory.com/532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김영민, 사회평론, 2022
저자는 인생을 보는 관점을 바꿔보자고 말한다.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위하여 인생을 즐기려고 노력해보자고. 성적과 자격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하는 순간을 좋아해보자고. 언제 올지 모르는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보자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나는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경쟁을 포기하면 사회에서 도태된다. 실패의 쳇바퀴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결국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인생을 사는 동안 절대 떨칠 수 없는 허무. 이 지긋지긋한 놈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번외로, 책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조금 해본다. 글이 전체적으로 현학적이다. 뜬구름잡는 느낌이다. 실제 삶이 투영됐다기보다는 학자의 입장에서 글을 풀어쓴 느낌이다. 적벽부니 명화니 해도 모든 개념이 관념적으로만 느껴진다. 허무라는 개념을 다루다보니 글마저 허무에 잠식당해버렸을까? 김영민 교수의 책 중에 가장 아쉬웠다. 아이러니하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글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 함정.
독서노트 : https://booktopia.tistory.com/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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