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 홍희정 (문학동네, 2013)
다소 평론가스럽게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설정과 이야기가 진부한 편이다. 철없이 순수한 남자, 옆에서 짝사랑에 애태우는 여자, 암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할머니, 그 자체가 순수와 젊음을 상징하는 여자아이, 고뇌로 인한 가출. 여기다가 성장을 한 스푼 넣으면, 짜잔! 삶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어른이 되는 주인공 탄생! (이하 '시간 있으면')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소설 안에는 우리에게 거창한 삶의 목표라든가 사회의 이데올로기, 미래를 뒤흔들 정도의 성장은 없다. 다만, 책의 마지막에, 이레가 할머니, 나 여행 가. 정확하게 말하면 율이를 만나러.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마음껏 누리러. (141쪽) 라고 쪽지를 남기고는 가출한 율이를 찾으러 집을 나서는 장면을 보면서 잔잔한 뿌듯함을..
2022.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