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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아쉬웠던 작품집 - 2011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by 양손잡이™ 2011. 11. 28.
맨발로 글목을 돌다 - 6점
공지영 외 지음/문학사상사


  일주일 동안 죽어라 게임을 한 뒤 이런 폐인스런 생활은 더 이상 못 참겠어! 라며 게임을 지웠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너프되는 패치가 나오는 바람에 화나서 홧김에 게임을 삭제했습니다. 원래 빨리 불타오르고 빨리 식는 저이기에 쉬이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패치 덕분에 그나마 덜 잉여적인 책읽기로 돌아왔습니다. 고마워요 네오플. 너희는 저주 받을 거야.

  꼬박 7일을 게임만 하면서 wasd만 신나게 누르다보니 타자도 잘 못 치겠더라고요. 방금 일기를 썼는데 무슨 말을 쓰고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우스를 누르느라 오른손을 하도 써댔더니 손목도 시큼거리고요. 다 좋은데, 다 좋은데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작용이 생겨버렸습니다. 고작 며칠일 뿐인데 이런 큰 문제가 생겨버렸네요.

  그래서일까요, 다소 충동적으로 고른 이 책이, 그렇게 재밌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35년 간 명맥을 유지해온 이상문학상입니다만 그 존재를 알았던 건 겨우 사오 년밖에 되지 않았고 2010년 수상집을 읽은 게 전부입니다. 사실 작년 책도 순전히 박민규 작가 때문에 읽었지요. 그 책을 읽고 순수하게 감탄했던 건 이제 우리나라 순수문학계도 장르문학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학을 읽는 눈 따위는 없지만 다소 실험적이고 흥미를 부르는 글들이었습니다.

  그 여파로 올해 수상집도 발간되자마 사려고 했습니다만 한 저명한 블로그 이웃께서 작년보단 별로였다는 한마디 때문에 장바구니에서 빼버렸습니다. 저와 독서 취향이 비슷해서 그분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지요. 그리고 책이 발간된지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혹시나 해서 서가에서 꺼낸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여류작가 중 요새 베스트셀러 작가 하면 신경숙 작가와 공지영 작가가 있습니다. 전자는 <엄마를 부탁해>로, 후자는 <도가니>로 재조명 받았지요. 불행하지만 전 신경숙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말예요. 재미가 없었어요. 공지영 작가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도가니>는 글 자체보다 주제의식이 워낙 센 책이라 재밌었지만 평소의 공지영 작가는, 글쎄요. 이번 수상작 또한 그랬습니다. 전 단순한 놈이어서 그런가봐요. 복잡한 이야기는 싫습니다. 복잡한 구성도 싫고요, 복잡한 상징도 싫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지영 작가님. 수상작을 재미없게 읽다보니 다른 글인 <진지한 남자>는 제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일반인(제 기준에서)들이 순수문학을 꺼려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글쟁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런 무엇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오, 이거 참 좋아, 이거 참 문단에서 맘에 들어할만한 글이야, 라고 뒤에서 쑥덕쑥덕대는 거지요. 그런데 재미가 없어. 대중이 보기에 말이지요. 그러기에 잘 안 팔리고. 물론 돈을 버는 게 글쓰기의 목적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싸이가 그랬지요. 발표되는 모든 음악은 아무리 작품성을 논해도 결국 돈을 위한 도구이다, 나 좋다고 하는 음악은 그냥 혼자 가지고 있어도 된다. 뭐, 무식이에 찌그래기인 제가 문단에 대해 씨부리면 모욕이겠네요. 죄송합니다. 하긴 이런 것들이 거름이 되어 문단에서 꽃을 피우겠죠. 그런데, 재미가 없어.

  잡설이 길었는데, 어쨌든 한눈에 봐도 딱 재미가 없었던 게 전성태 작가의 <국화를 안고>와 김태용 작가의 <뒤에>였습니다. 좀 비약을 해보자면 전자는 묘사 범벅이었고 후자는 뭔소린지 알아먹을 수 없는데다가 재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진중권 씨가 심형래 씨를 깔 때 영화를 보지도 않았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반밖에 안 봤어요. 웬만하면 읽던 글을 참을성 있게 끝까지 보는 편인데 이건 안 되겠더라고요.

  이제 좀 재밌게 읽었던 글에 대해 써볼까요. 글이 지저분하니까 좀 정리 비스무리하게 진행해보겠습니다.


  정지아 작가의 <목욕가는 길> : 가장 감명깊에 본 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재가 성장과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제 편향이네요. 해묵은 감정을 목욕탕에서 떼 밀듯 박박 벗겨버리는, 치유적인 글. 이런 글들을 쓰고 싶습니다.

  김경욱 작가의 <빅브라더> : 뭐,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야기 진행은 상당히 깔끔했고 캐릭터의 묘사가 재밌었습니다. 조금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읽은 후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김숨 작가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 앞서 언급했던 이웃 블로거께서 대중은 싫어하고 문단이 좋아할만한 글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저보다 독서경력이 곱절은 많은 분이니 그 의견이 어느 정도는 맞겠지만 그분은 그분이고 저는 저이지 않습니까. 좋든 싫든 사람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을 날카롭게 표현한 단편이었습니다.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김언수 작가의 <금고에 갇히다> : 가장 유쾌하게 읽은 글이었습니다. 톡톡 튀는 대화나 서술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김언수 작가의 묘미는 역시 장편이더군요.

  황정은 작가의 <猫氏生> : 문제의 작가, 황정은 작가입니다. 백의 그림자가 문단에서 상당히 뭇매를 맞기도, 칭찬을 받기도 했지요. 많은 분들이 엄지를 치켜드셨지만 아쉽게도 저는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베리 굿! 아마추어적인 발상이지만 아마추어적 요소는 하나도 없이 깔끔하게 쓰인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느껴지긴 하는데 약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올해도 다 갔고 곧 2012년이 오는군요. 1월이면 새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출간되겠지요. 순수문학 모음집이 매년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드물답니다. 그만큼 탄탄하고 좋은 책이라는 반증이겠지요. 그럼, 전 다음 책을 펴면서 독선과 아집이 가득 찬 이 글을 접겠습니다.

  (2011년 11월 21일 ~ 11월 24일,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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