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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참 힘겹게 산다 - 고역열차 (니시무라 겐타)

by 양손잡이™ 2011. 12. 1.
고역열차 - 8점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다산책방


  180여 쪽의 아주 짧은 책이고 제 생각도 항상 짧으니 감상도 아주 짧게 써보겠습니다. 능력이 달린다거나 귀찮아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닙니다. 아마도요.

  일본의 사소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소설이나 수필이라는 형식을 떠나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참 맘에 들거든요. 물론 장르상 한계도 있지만요. 제가 지향하는 글쓰기도 이런 분야랄까. 사실 이 책은 선물 받았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게 꼭 맞는 책이 되었네요.

  사소설이다보니 주인공은 작가의 이름(니시무라 겐타)을 본뜬 기타마치 간타입니다. 올해 19살의 건장한 청년으로, 본래라면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입니다. 하지만 과거 아버지의 성범죄 때문에 사회에서 숨었고 어두침침한 성격에 사회의 따가운 시선 덕분에 완전히 외톨이가 됩니다. 친구도 없고 일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걸 걱정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됩니다. 이 책은, 그런 간타의 아주 어두침침하고 절망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소설인만큼 작가의 유년시절이 가득 담겼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미 헤살을 다 놓았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책날개에 인쇄된 작가의 이력, 어떤 면으로 참 대단합니다. 소설과 같은 인생을 살았으니 이건 책을 읽어보시고 차차 알아가시길 바랄게요.

  문장이 짧아 쉬이 읽히는 요새 일본 소설과는 달리 비교적 긴 문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의 양억관 씨 번역과는 조금 다른 맛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대로 일자무식 간타의 캐릭터를 살리는 것도 같네요.

  책은 두 편의 소설을 싫고 있는데 첫 130쪽은 19살 간타의 일용직 노동생활, 뒤의 40쪽은 마흔 살 간타의 생활입니다. 이미 정보를 찾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명백한 헤살이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뭐, 마흔 살의 간타 이꼬르 작가 겐타이니까 아시겠죠. 헤헴. 마흔 살이 된 간타의 장 처음이 묘하게 19살 간타의 장 처음과 비슷해서 우스웠습니다. 아니, 처음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뻔뻔함도 여전하지만요. 읽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으로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소감(<고역열차>로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이 그리도 씁쓸했던 이유는 뭘까요. 지지리도 궁상맞으면서도 제 힘으로 살겠다고, 멋지게 살겠다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2011년 11월 30일,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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