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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잊고 있었던 악몽 - 그것 상 (스티븐 킹)

by 양손잡이™ 2012. 1. 21.
그것 -상 - 9점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황금가지


008.

  올해의 8번째 책은 오랜만에 읽는 스티븐 킹의 책입니다. <샬렘스 롯>과 함께 명작으로 꼽히는 <그것>입니다. <언더 더 돔>도 엄청난 길이의 장편이지만 <그것>도 만만찮네요. 권당 600쪽 씩 세 권, 전체 1,800쪽의 대작입니다. 게다가 만지면 읽기 싫은 느낌이 나는 하드커버라니. 거기다 오래된 책이라서 냄새가 풀풀 풍기다니. 왜 책은 찢어져서 열 몇 페이지씩 날아다니는 거냐고요. 인기 많은 소설을 읽기 이렇게 힘들단 말이냐.

  아직 1/3밖에 진행되지 않은 이야기기에 스토리 상의 별 진척은 없습니다. 이제 막 인물 소개가 끝났고 과거를 조금씩 회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을 보는 듯합니다. 로버트 맥캐먼의 <소년시대>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도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을 위협하는 괴생물체가 등장합니다. 물론 <그것>에 비해 유순한 편입니다. 아주 많이 유순하죠. 연쇄살인사건은 없고 인물들이 성장하면서 거쳐야 할 관문으로 그리곤 합니다. 소재 자체는 사실 조금 평범할 수도 있습니다. 한 마을의 분위기가 이상해, 뭔가 검은 것이 스물스물 기어나와, 그런데 어른들은 쉬쉬해.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의 괴물은 무섭습니다. 판타지 속의 괴물이 아니라 데리라는 현실의 공간에서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괴물. 물론 아직 그 괴물의 정체가 밝혀질리는 만무하지만요. 아니, 아직 맛뵈기밖에 안 됐다니까요? 이야기에서 괴물이 전면으로 부상한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있었다, 데리는 이상한 곳이다, 라는 투로 툭툭 던지는 거죠. 이야기의 복선을 비치면서도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느낌'을 주욱 이어가며 긴장감을 줍니다.

  그리고, 역시 스티븐 킹은 각종 묘사에 능숙한 작가입니다. 심리든 상황이든 (사실 배경은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줄기차게 써주시죠. 단편에서는 텐션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이런 초 장편에서는 글쎄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기도 하지요. 분명 그런 부분이 있긴 합니다.

  사실 어른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없었는데(글을 잘 쓴 것과는 다른 거죠, 흠흠) 그나마 어릴 때의 회상부분이 재밌어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인물이 많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지만 각자의 회상이 얽히고 섥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참 재밌습니다. 약간 지루해지려는 찰나, 상권의 끝을 추격씬으로 절묘하게 마무리한 편집부에 박수를. 짝짝짝.

  (2012년 1월 17일 ~ 1월 19일, 6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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