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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1년 5월 8일 일요일 잡담

by 양손잡이™ 2011. 5. 9.
  학교 정전. 그래서 어제 밤을 새고 오늘 세 시까지 늘어지게 자려고 했는데 역시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생각보다 일찍 - 하지만 새벽 다섯 시 - 잠에 들었다가 12시가 조금 넘어 깼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정전 덕에 식당은 열지 않고 심지어 매점도 열지 않는다. 잠깐 컴퓨터를 틀어보니 인터넷도 잡히지 않는다. 랜선이 연결된 곳의 전원도 완전히 내려갔나 보다.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 몇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누군 집에 갔다, 누군 조모임 하러 다른 곳에 가고 있다, 다들 바쁘다. 다행히 영도가 이제 일어나 점심이나 먹으려고 한다기에 얼른 그 집으로 노트북을 들고 갔다.
  어제 밤늦게까지 실험데이터처리를 한다고 용을 썼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전에 썼던 보고서라도 받을 요량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모두의 행선지와 같이 당장 자료를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하나 받은 건 이미 있는 문서였고, 프로그래밍 파일을 하나 던져주었는데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을뿐더러 그 계산을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파일이어서 하나도 쓸 수 없었다. 친구와 진지한 토론을 한 결과 그냥 어느 정도 이상적인 값이 나오게 데이터를 조작하기로 했다. 어째 학년을 올라갈수록 정확한 계산 값과 문헌을 찾는 횟수는 적어지고 어떻게 하면 대충 끼워 맞춰서 오류가 적은 보고서를 만들까만 고민한다. 학자로서의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지만… 우선 학점부터 잘 받고나서 그런 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이니 넘어가자. 흠흠.
  뭐, 점심을 먹은 3시부터 여태까지 한 거라곤 실험데이터처리밖에 없다. 하다 보니 조작으로도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 그런 부분은 정말 교묘하게 조작해버렸다. 어느 데이터는 소수점 하나를 줄인다든가, +를 -로 바꾼다든가…. 아무리 조교가 친구인 명엽이라지만 너무 미안하다. 게다가 이 실험의 결과세미나를 할 조에게도 미안하다. 알아서 하겠지. 다들 ‘우리 실험 아니니까’라고 모르쇠로 일관할 것 같다. 나부터 이러니 남에게 뭘 바라겠니.
  그러고 보니 오늘은 5월 8일이다. 어버이날. 아, 학교에서 어버이날이니 우리 집에 가라고 일부러 전기 점검을 오늘로 잡은 걸까? 집에 전화하니 엄마가 전화를 받는다. 은비는 전화를 하지 않았단다. 조금 뿌듯하기도 하고? 누구는 정성스레 카네이션도 만들어 선물 드렸다는데 나는 멍청히 교정을 밟으며 전화밖에 하지 못한다. 에고, 이 불효자식을 어쩌면 좋누.
  내일부터는 다시 한 주의 시작이다. 저번 주는 시험이 끝난 바로 다음이어서 진도도 많이 빼지 않고 휴강, 프로젝트 발표 등이 겹쳐 설렁설렁 넘어갔다. 월요일도 당장 이동현상론 발표가 있어서 살짝 기쁘다. 참, 이동현상 2차 발표에 전혀 참가하지 못해서 조에 너무 미안하다. 3차 때 열심히 하라는데 뭘 어떻게 건드려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형 앞에서는 닥치고 고개 수그려야겠다.



  - 독서 기록

 더블 side A, 박민규.

 문학적 감상력이 떨어져서 작가가 말하는 것을 100% 흡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문학서적을 보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감성의 표현이다. 사소한 표현, 또 작은 표현의 변화가 꽤나 감수성 있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보면,

  텃세를 부리던 모북의 친구들 중 내게 처음 말을 건넨 것도 도형이었다. 진짜는 다다, 다… 좋은 놈들인데… 얼마 안 가 알 수 있었다. 놈들이 얼마나 다다, 다… 좋은 놈들인가를. (17쪽, '근처')

  이런 것들이다. 그 ‘좋다’라는 감정을 이렇게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문장은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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