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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1년 5월 9일 월요일 잡담 - 비가 내렸다

by 양손잡이™ 2011. 5. 10.
  하늘이 꾸물대더니 결국 비를 토해낸다. 며칠간 따뜻한 봄인가 싶었더니 봄치고는 꽤나 무거운 빗방울이다. 점점 봄이 사라지고 계절이 두 개밖에 남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학교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는 상상을 해본다. 아… 고요하지만, 너무 고요해서 쓸쓸하다. 이렇게 좋은 날 남자 혼자 앉아있으면 청승이다. 그러니까, 여자 둘이 놀러 가는 건 괜찮은데 남자 둘이 놀러 가면 조금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치와 같달까.
  방에 들어오니 땀에 흠뻑 절었다. 어제 샤워를 했는데 또 해야 하나. 빨래가 꽤나 빨리 쌓여간다. 이러다가는 양말보다 수건이 먼저 떨어질 기세다. 오늘 아침을 제외하고 한 번도 문이 열리지 않았는지 방이 후덥지근하다. 창문을 열려다가 잠깐 멈칫한다. 창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겠지만 그게 밖의 습도 100%인 공기이기 때문에 방에 습기가 가득 차지 않을까? 샤워하고 오면 불쾌하지 않을까? 하지만 고민도 잠시 너무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연다. 내친김에 방문도 열어서 바람이 쌩쌩 불게 만든다. 아아, 시원해. 땀이 식어 살짝 추워질 때까지 바람을 맞는다. 쌩쌩.
  샤워장에 들어가 꼭지를 올린다. 물이 너무 차다. 꼭지를 오른쪽으로 획 돌리니 이번에는 너무 뜨겁다. 교수님이 말씀하셨지, 수도꼭지를 확 돌릴 경우 아주 뜨겁거나 차가운 물이 갑자기 나올 거라고. 몇 년 동안 몸으로 배웠으면서 샤워할 때마다 그 사실을 잊고는 앗 뜨거, 앗 차거를 외친다. 적당히 따뜻한 물이 나오지만 원하는 온도의 물은 잘 나오지 않는다. 잠시 씻기를 멈추고 물 온도 맞추기에 집중한다. 왼쪽, 오른쪽, 왼쪽, 왼쪽, 앗 뜨거, 다시 오른쪽. 내 조정이 미세해서 기계가 따라오지 못하는지 기계가 너무 정밀해 내가 제대로 못 다루는지 모르겠다. 결국 원하는 온도는 맞추지 못했다. 그냥 씻었다. 씻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비만 오면 허리, 아니 등이 아프다. 나이를 먹었다는 그런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 에고고 등이야. 의자에 방석을 깔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제 등의 통증이 어깨로 넘어가면 하루 종일 몸살로 눕는 거고, 배로 돌아가면 하루 종일 배탈로 눕는 거다. 농담으로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고 한 적이 있는데 정말인 듯하다.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첫째 주에 배탈 때문에 고생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등이 아팠었다. 그리고 어깨, 배 차례로 아파온 것이다. 오늘도 그런 기미가 보여서 매점이 닫는 12시 즈음에 한참 고민을 했다. 지금 이 배고픔이 정말로 배고픔인지 배탈의 전조인지. 10초 정도 고민하다가 당장의 고통을 없애고자 빵과 우유를 사먹었다. 내일 일어나면 지옥을 볼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기분 좋은 휴일이다. 5월에 들어 쉬는 날이 많다. 사실 또, 휴일인 것이다. 덕분에 영어 스피킹 수업은 세 번 연속 들어가지 않았다. 귀찮아. 우선 출석을 해야 출석 장학이라도 받는데 도무지 강의실로 들어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 영어야 내일 쉬니까 상관없지만 휴일에도 우리는 ‘또’ 공장설계 프로젝트 모임을 해야 한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분명 수치적으로는 들어맞는데 전체 공정이 돌지 않는다.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내일은 몇 시간이나 도서관에 있을지, 또 그때 가서도 진전이 하나도 없을지 참 궁금하다.



  - 독서 기록

  더블, 박민규. 2011년 5월 7일 ~ 5월 9일.

  다 봤다. 그런데 전의 작품보다 많이 난해해져서 정확한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조금씩의 느낌은 받았지만 작가의 메시지를 캐치하지 못했다. 아예 목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는 작품도 몇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충격이다. 장르소설을 차용한 작품이 왜 이리 많은지, 게다가 기존의 장르소설이 주는 순수한 재미는 사라지고 난해함만이 남았다. 아주 작-은 메시지, 그게 나의 한계인 것 같다. 사실 저번에 고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집을 읽은 후로 독자로서 바라는 문학의 장르가 결정되었다. 사는 데에 있어 소소함에서 오는 즐거움과 회한. 물론 젊은 작가들도 좋지만 우선 옛 감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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