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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유성의 연인 - 임이슬

by 양손잡이™ 2014. 7. 8.

유성의 연인 1
임이슬 지음/네오픽션



062, 063.


  로맨스소설이라, 이게 얼마만인가. 12년 초 기욤 뮈소의 <종이여자>를 날림으로 읽은 뒤 내 진정 사랑을 해보지 않고는 로맨스 소설을 다시 읽지 않으리란 다짐을 한 지가 어언 2년 반 전이다. 연애를 해봐야 로맨스 소설의 즐거움과 절절함을 알지라는 한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이런 부류의 글을 읽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그래서 연애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고 외치고 여태까지 로맨스를 읽지 않았던 바,


  하지만 <유성의 연인>이라는 왠지 낯익은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1608년의 조선시대에서 도도, 단아, 깐깐한 선비 정휘지는 불시착한 UFO와 그 안에 탄 외계 소녀 미르를 만나게 된다. 정휘지는 요상한 단어를 쓰고 홀로그램과 나노입자를 쓰는 미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녀를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고장난 우주선을 고치기 전까지 둘은 동거를 시작하는데, 아- 남녀칠세 부동석이라 했던가, 같은 공간에서 지내던 둘은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쉽게 사랑이 이루어지면 두 권의 소설을 찍어내는 나무가 아깝지. 정휘지를 사모하던, 양양도호부사의 딸 연수연과 이런 수연을 짝사랑하던 김문혁, 미르를 눈여겨보았던 천문학훈도 백도명이 나타나 사각, 아니 무려 오각관계를 맺는다.


  사람 사이의 일만으로는 이야기를 쉽게 끌 수 없었을까. 작가는 여기에 살인 사건을 끼얹는다. 마을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푸른 눈의 미르가 요괴라는 소문이 나돈다. 그 와중에 각 인물들이 다른 인물들에게 품은 마음이 드러나게 되고 오해는 정휘지와 미르를 잠시 멀어지게 만든다. 과연 정휘지와 미르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될까. 타임머신을 다 고친 미르의 마음은 정휘지와 고향 중 어느 곳을 향할까.


  순수한 의미의 로맨스 소설은 아니다. 타임리프가 주는 캐릭터의 시간적 배경의 차이에서 인물 간의 호흡과 유머가 생겨나고, 스릴러와 추리를 살짝 얹음으로써 전체적인 틀이 완성된다. <유성의 연인>을 끝까지 읽은 바, 정휘지와 미르의 사랑을 공고히 만들어주는 사건이 오히려 소설의 주(主)라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를 잘 구성하고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를 능숙하게 뭉쳐둔 것이 큰 장점이다. 다만 얼개가 약간 약한 점이 흠이다. 왠지 몇 달 전까지 굉장히 유행했던 한 작품을 보는 듯한 기시감도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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