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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나를 찾아줘 - 길리언 플린 (푸른숲, 2013)

by 양손잡이™ 2014. 12. 14.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푸른숲





098. 나를 찾아줘 - 길리언 플린 (푸른숲, 2013)


(스포일러 포함)


  사실 책 제목은 별로였다. 출간 직전, 길리언 플린이라는 이름을 수없이 들었어도 딱히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책이었다. 때마침 데이빗 핀처감독 - 영화 장르 : 핀처! 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내는 대단한 감독이 소설을 기반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뭐, 그래도 책을 볼 생각은 안 들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의 소름돋는 연결을 보고선 책이 너무 읽고 싶었다. 홧김에 전자책으로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에이미가 실종되고 닉이 범인으로 몰리는 전반부와, 에이미가 어떤 일을 꾸몄고 겪는지 묘사하는 후반부로 나뉜다. 영화는 두 부분의 재미를 적절히 나누어 치우침이 적은데, 소설은 전반부가 후반부에 비해 읽는 재미가 떨어진다. 영화를 본 뒤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에이미의 어이없는 트릭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반전되는데, 사실 이 부분은 소설이나 영화나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고 ‘아, 그랬구나. 충분히 납득할 만하네’라는 인상을 줄 뿐이다. 오히려 서사적 압축을 통해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한 것은 영화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소설은 겉으로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보이는 에이미와 그에 붙들려 한껏 고통받는 닉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표현한다. 이야기를 끝없이 전복시키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많은 감상이 소시오패스의 어처구니없는 복수와, 언론의 부당한 이미지 메이킹에 대해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소설의 근간은 에이미다. 물론, 날것의 그녀가 아닌 만들어진 그녀다.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소설에서의 에이미는, 부모님이 자신을 모델로 하여 쓴 ‘어메이징 에이미’ 시리즈와 비교당하며 산다. 만약 현실의 에이미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소설 속 에이미는 그런 일에는 하나도 주눅들지 않고 새로운 교훈을 얻고, 독자에게도 교훈을 준다. 그럴수록 현실의 에이미는 주눅들어가고 자연히 열등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물론 에이미가 닉에게 한 짓은 결혼 후 닉의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벌인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닉이 ‘어메이징 에이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변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소설 속 자신을 미워하던 그녀였지만 정체성을 잃고 오히려 어메이징 에이미가 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가상의 캐릭터였건만, 결국에는 자신이 직접 ‘어메이징 에이미’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에이미의 모습이 못내 슬프다.


  이 이면에는 세상에 대한 복수도 엿보인다. 에이미를 에이미 자체로 보지 않는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진짜 -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것이 소설이 담은 이야기다. 평생 가짜의 삶에 살던 이가, 세상을 향해 이게 진짜 나라고 외치는- 처절하고 슬프고 절절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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