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중국의 정신 질환자 인터뷰 모음집이다.
에피소드들이 장난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이가 소설의 인물잉라고 주장하는 환자, (이 책에서는 흔하지만) 다중인격자, 남자보다 우월한 여자가 결국 세계를 지배하리라는 공포를 가진 환자, 다른 우주에서 우리 우주로 여행왔다가 원래의 우주로 돌아가지 못해 걱정이 환자, 죽은 아내를 돌려놓기 위해 시계를 훔쳐 실험핟언 환자, 보름달이 뜨면 주변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 다른 사람의 뇌를 떠먹는다고 말하는 환자…
이야기 하나하나만 따지면 에피소드와 소재로 쓸만한 것 투성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저런 사람이 다 있구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우리도 이런 세상에 사는 건 아닐까 싶다. 어릴적 강풍에 시달렸던 환자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강풍이 불어 자신이 날아가리라는 공포에 휩싸여 살아간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도 나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병적인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저 꾹꾹 잘 눌러담고 있을 뿐…
읽는 재미로만 따지면 초중반부까지는 역대급이다. 후반부에서는 그 힘을 조금 잃는다. 책이 워낙 두껍고(500쪽이 넘는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짧게 반복되니 조금 지친다. 무엇보다 한 사레에서 깊은 분석이 아니라 너무 얕고 그럴듯해보이는 짧은 단상과 질문만 반복하니 책에 몰입하기 힘들다. 어쩌라고 식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건 물론 독자인 나지만 깊이가 많이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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