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작가의 새 책이다. 제목으로 보건데 2019년에 출간된 <출근길의 마음>과 세트다. <출근길>은 부제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크’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에 주안점을 준 책이다. <퇴근길>은 특정 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위키에서 찾아보니, 작가는 2000년 씨네 21 기자로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23년차 직장인이다. 내가 이제 막 10년을 일하고는 오래 일했네 힘드네- 했는데, 23년이면 부장님급이네.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일하면서 얻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조언이면서 부탁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매일을 단단하게, 작은 고비들을 넘기면서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
잘 안된 것 같은 일 한 가지가 마음을 잡고 늘어질 때는, 잘한 일 아홉 개를 생각하자. 안된 일을 개선하기보다 잘된 일을 계속하 겠다는 마음이, 우리를 더 잘 살게 한다.
열 가지 중 한 가지를 놓쳤다면, 결과적으로 놓친 하나 때문에 실패로 규정되고 질책받을 때가 있다. 회사와 일은 결과만 두고 판단하니까. 하지만 사람이 백날천날 결과만 두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래도 아홉 개는 잘 했잖아, 앞으로 한 개를 못하는 경우를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세상에는 참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을 ‘몰라서’ 못 하는 줄 알고 기고만장한 모습을 본다. SNS를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하지 않고자 해서일 수 있고, 자기 PR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것쯤이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못된 말’은 다르다. ‘못된 말’은 친구들과 자주 쓰는 표현인데, 요청받지도 않았는데 굳이 하고야 마는, 정교하게 구성된 악의적인 말’을 뜻한다. 굳이 그런 말을 왜 하느냐고 항의하면 “틀린 말은 아니잖아?”라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렇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고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심지어 악의가 실린 말을 악의가 없어 보이는 어휘를 동원해 그럴듯하게 하면 ‘사이다’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문제다. 요청받지도 않았는데 굳이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분석적인 척해서 상대방 입을 막을 작정으로 하는 말도 비슷할 때가 있다.
회사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곱씹어볼 문장도 더러 있다. 회사라고 해서 일만 하지 않는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고, 회사도 결국 사회의 일부다. 인터넷에서 더러 일은 일일뿐, 사람들과 거리를 두라는 이야기를 본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회사에서 만들어가는 적절한 인간관계는 때로 직장생활의 활력이 될 때도 있다.
비슷한 주제의 책이 많고, 다른 결로 일 잘하는 법을 다룬 책도 많지만, 작가가 가진 따뜻한 마음이 배어나서인지 따뜻한 책이다. 타인과 관계 맺기에 관한 이야기를 더 풀어내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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