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56

5분 5분 오랜만에 누나네 가족이 놀러왔다. 누나네가 놀러왔다고 내 저녁이 그리 바뀔 일은 없다. 백수 티를 내지 않으려고 대충 말쑥이 입은 옷으로 인사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와 형부의 큰 안부인사, 엄마와 누나의 부엌에서의 인사. 거실은 시끌벅적하지만 내 방은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만 그득했다. 28살 백수가 무슨 염치로 저기 겨서 웃나. 조용히 인터넷 창을 뒤적거렸다. 조금 있으려니 문이 열리고 외조카 J가 들어온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J. 나와는 다른 이유지만 역시 거실의 분위기에 껴들지 못하고 매번 내 방으로 들어온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제 할 일로 돌아온다. 힐끔 보니 처음 보는 핸드폰이 J의 손에 들려 있었다. 새로 산 핸드폰인 듯하다. 침대 가에 앉아 핸드폰을 꾹꾹 눌.. 2011. 5. 5.
2011년 5월 4일 수요일 잡담 수업을 듣다가 연필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 잠시 상체를 숙여 연필을 집는다. 다시 몸을 펴니 머리가 핑- 돈다. 눈에 작은 빛덩이가 핑글 돈다. 잠시 아스라하게 옛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내가 한참 우주와 별을 동경하던 때였다. 고1 때였나,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원리라는 걸 접하게 되었다. 그 원리에 대해서 파고든 건 아니지만 엠씨스퀘어가 나타내는 오묘한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그래,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 아주 간단한 식이다. 마치 운동에너지 법칙의 식과 흡사하지 않은가. 이런 간단한 식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빌려왔다.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과학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간의 역사」를 끝까지 ‘정독’한 .. 2011. 5. 5.
오늘부터 읽는 책 - 유년기의 끝 (아서 C. 클라크) 유년기의끝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SF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2년) 상세보기 오랜만에 손에 잡은 SF 소설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 성장물이겠거니 했는데 (레이 브레드버리의 「민들레 와인」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냥 SF 소설이다. 100쪽 정도 읽은 결과 하드 SF는 아닌 것 같다. 어느 날, 외계에서 오버로드라는 존재가 찾아온다. 그들은 지구의 작고 큰 갈등을 없앴고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간다. 그들이 본모습을 드러내겠다고 한 50년 후, 본격적으로 지구의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한다. 처음은 아주 이타적으로 보인다. 모든 생산라인이 기계로 바뀌고 생상량은 충분해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뭐든 얻을 수 있다. 국가란 단지 우편 배달을 위해 관례적인 구분일 뿐이다. 범죄도 사라지고 세계 .. 2011. 5. 4.
2011년 5월 3일 화요일 잡담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흐뭇한 일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먼저 나에게 연락을 해주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어김없이 내게 전화해 한숨을 쉰다. 매번 푸념 좀 하지 말라고 약간 짜증 섞인 대답을 건네지만 속으로 흐뭇한 건 사실이다. 그만큼 나와 기쁨을 공유하고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건, 우리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때로 서로 활짝 열린 그 마음을 의도치 않게 건드려서 서로 아파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아픔 또한 그와 나 사이의 심리적 친근감에서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냥 아파하지는 않는다. 서로 쳐다보지도 않다가 어느새 시선이 다시 맞는다. 미안하다는 말이 없어도 안다. 암, 알고말고.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청자였다.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너와 얘기.. 2011. 5. 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