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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이야기17

무제 나는 나무로 들어간다. 어느새 고독한 숨결을 느낀 내가 나무의 심재를 하나씩 벗겨내자 옛 그리운 얼굴이 새겼다. 지독히 우울한 면, 그들이 보기 싫어 다시 하나하나 벗겨낸다. 검색 수액이 손에 스며들고 벽이 무너진다. 몇이 드문 보이는 나무 밑동에 앉아 한숨을 쉬고 몇은 벗겨낸 얼굴을 등에 진다. 울음꽃이, 간혹은 웃음꽃이 핀다. 이제 종소리는 나의 나무로 들어가라며 울고, 가운데 어두운 밤과 이어진 아귀가 열렸다. 그곳에서 벗겨낸 얼굴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들이 보기 싫어 손으로 휘 젓고 업는다. 그는 나무로 들어간다. 어느새 고독한 숨결을 느낀 그가 나무의 심재를 하나씩 벗겨내자 옛 그리운 얼굴이 새겼다. 지독히 우울한 면, 그 역시 나의 얼굴을 벗겨낸다. - 2004년 9월 19일 2011. 5. 13.
안부를 묻는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네 옆에는 아직 너를 응원해주는 사람은 많으니까. 응? 보이지 않는다고? 아니, 그런 이들은 옆에만 있는 게 아냐.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를 응원하고 등을 밀어주고 있어. 그러니 겁내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딛어봐. 지금 겪는 시련은 순간뿐이야, 라는 입발린 소리는 하지 않겠어. 아마 우리가 커서 사회를 만났을 때는 지금 이것보다 더 힘들 거야. 그래도, 참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니? 당장은 힘들어도 모두 경험이 될텐데 말야. 아니면, 지금의 틀을 깨버리는 거야. 정말 참기 힘들다면 말이지. 하지만, 조심해. 그 틀이 깨져버리면 너를 지켜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만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또 너무 걱정은 마. 내가 다른 틀이 .. 2011. 5. 8.
5분 5분 오랜만에 누나네 가족이 놀러왔다. 누나네가 놀러왔다고 내 저녁이 그리 바뀔 일은 없다. 백수 티를 내지 않으려고 대충 말쑥이 입은 옷으로 인사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와 형부의 큰 안부인사, 엄마와 누나의 부엌에서의 인사. 거실은 시끌벅적하지만 내 방은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만 그득했다. 28살 백수가 무슨 염치로 저기 겨서 웃나. 조용히 인터넷 창을 뒤적거렸다. 조금 있으려니 문이 열리고 외조카 J가 들어온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J. 나와는 다른 이유지만 역시 거실의 분위기에 껴들지 못하고 매번 내 방으로 들어온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제 할 일로 돌아온다. 힐끔 보니 처음 보는 핸드폰이 J의 손에 들려 있었다. 새로 산 핸드폰인 듯하다. 침대 가에 앉아 핸드폰을 꾹꾹 눌.. 2011. 5. 5.
그날 밤, 우리들 그날 밤, 우리들 - 예 그럼 8시에 현수역 맥도날드 앞에서 봬요. 마지막 문장을 치고 채팅창을 닫았다. 시간은 어느새 6시 반, 슬슬 엄마가 저녁을 먹으라고 소리칠 때이다. 상대의 답을 기다릴 새가 없었다. “백설, 밥 먹어!” 역시나다. 엄마는 시간을 어길 때가 없다. 얼른 컴퓨터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하니 방문이 활짝 열렸다. “밥 먹으라니까.”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엄마가 말했다. “지금 나가잖아요.” “또 컴퓨터 질이야?” “꺼요, 꺼.” 약간 톡 쏘아 말했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엄마가 대답했다. “황백설, 지금 시간 영어단어 시간 아니야?” 컴퓨터 전원은 완전히 내려갔고, 나는 책상에 있는 영단어장을 들어 흔들었다. 팔락팔락. “다 외웠어요. 끝.” 엄마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단어장과 나를 번갈.. 201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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