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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글쓰기의 초석을 다지자 -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by 양손잡이™ 2012. 1. 29.
네 멋대로 써라 - 7점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삼인


011.

  에, 우선 기대했던 것만큼 흥미를 부르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저자 자신이 선생님으로서 글쓰기 수업을 직접 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어 놓았고 거기에서 글쓰기를 하기 위한 기초적인 소양과 마음가짐을 푼 책입니다. 그래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계속 에피소드를 말하면서 그 안에서 교훈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이런 식의 글쓰기 책도 좋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 마음에 조금 들지 않았네요. 반 정도 읽고 눈물을 머금으며 책을 덮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직전에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을 읽은 바람에 이야기 위주의 쉬운 책만 눈에 들어오는 걸까요? 그래서 에세이와 흡사한 형식의 이 책을 보기 힘들었던 것 아닐까요? 아니면 알고 있다는 자만감? 편집의 산만함? 번역의 딱딱함?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요. 좋은 책이라고 다들 꼽는데 저는 중간에 덮어버리니 참 기분이 묘합니다. 사람마다 책에 대한 감상은 다 다른 건데 뭔가, 바보가 된 느낌이 들어요. 엉엉.

  딱 하나 체크해두었습니다. 언제나 마음 속에 달고 사는 건데요, 글은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겁니다.

  "글쓰기의 첫째 규칙은…"
  합창: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마라."
  "좋아. 글쓰기의 두 번째 규칙은 이겁니다.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마라."
  누가 말한다. "근데, 그건…"
  "맞아. 그리고 글쓰기의 셋째 규칙은, 읽는 사람을 지겹게 하지 마라. 자 이제 누구든 셋째, 넷째 규칙쯤은 짐작할 수 있겠죠?" (37쪽)


사람들이 '재미' 하면 보통 말초적인 재미만을 떠올립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이거 먹어라 퍽퍽퍽 으악 액션신,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있는데 내 머리 위의 귀신의 머리카락이 만져지는 공포신, 이런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박감과 긴장을, 사람들은 책을 읽는 원동력이고 재미라고 합니다. 하지만 재미가 이런 게 다가 아니거든요. 재미란 건 '다음 페이지를 읽고 싶다'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요소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는 온전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펴는 거거든요. 그러기에 그 시간이 아깝지 않고 가치가 있게 독자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글을 써야 합니다. 이는 문학뿐 아니라 인문서에도 적용되는 거겠고요.

  책을 다 읽지도 못했는데 헛소리를 했네요. 에이 젠장. 책 맨 첫 장의 차례를 보면 대부분의 부제가 한번씩은 들어본 얘기라서 더욱 흥미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글쓰기에 겁먹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인 듯싶습니다만 글쓰기의 초심을 만들어줄 지침서는 한 권으로 족하렵니다. 저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를 사랑합니다. 아래에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차례만 목록으로 써보렵니다. 제목은 함축적인 거니까 책을 한번 보셔야겠지만 왠지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중요한 건 무조건 저질러보라는 것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에고, 힘들다.
 

1. 어떡하면 안 가르칠까 - 당신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2.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마라 - 지루하게 하지 말라니까
3. 넌 누구니? - 가슴의 소리를 따라라, 그래도 괜찮으니까
4. 가장 중요한 글쓰기 연습 - 온몸으로 글쓰는 법
5. 성적 - 막히는 건 신나는 거다
6. 사랑 - 글 다듬는 법
7. 생각 - 묻고 묻고 또 묻자
8. 선택 - 한번 겪어보고 쓰든지 말든지 해라
9. 뜻 깊음 - 당신에게 의미 있는 걸 써라
10. 통제를 그만두기 - 쓰고 싶은 걸 실컷 써라
11. 넌 누구냐니까? - 말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12. 뚜렷함 - 글쓰기 비법 네 가지
13. 사랑에 빠지다 - 당신만의 그곳으로 가라
14. 혁명 - 당신의 힘으로 알아내라
15. 물 위로 걷다 - 저질러라, 그리고 써라
16. 에필로그 - 노예들의 나라



덧. 이건 보너스 샷입니다.


  (2012년 1월 28일,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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