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시공사 |
032.
115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아쿠타카와 상과 함께 문학상의 양대산맥이라는군요. (정확히는 모르고 그냥 인터넷 서핑하다가 줏어들은 이야그입니다) 그런데 어떤 상 수상작이라고 모든 독자들에게 만족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문학상 중 이상 문학상을 가장 집중적으로 보는데 요새 이 상도 영 탐탁치 않더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놈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거지요. 대충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요새 개봉한 영화 '하울링'의 원작 소설입니다. 이미 하울링에 대해 몇번이나 들었고 책 뒷표지에서도 범인은 바로 잿빛 야수야! 라고 말했기 때문에 누가, 아니 무엇이 살인을 했는지 명백한 상황입니다. 좌절. 처음에 범인과 동기, 방식이 나오고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보여주는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전통적인 수사물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 누가 사람을 죽인지 알다니. 다시 좌절. 그래도 늑대개는 동물이니까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겠지요? 그 사람을 찾는 게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겠군요. 하지만… 네, 그러합니다.
3주 동안 연수원에서 열심히 교육을 받는 바람에 이 작은 책을 3주 동안 끊어 봤습니다. 덕분에 점심시간 10분 읽고 휴식을 위해 잠들고, 저녁시간 10분 읽고 다시 잠들고,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자연히 머릿속에 들어오는 이야기 흐름은 엉망이 되고 말았지요. 이렇게 중간중간 읽더라도 읽는 맛이 있으니까, 그 긴 시간 동안 짬짬이 읽었겠죠. 90년대 작품이라 문체가 조금 옛날틱했지만 묘사도 좋았고 흐름도 괜찮았습니다. 가장 묘미는 다카코와 질풍의 달리기 시합.
느낀 가장 큰 단점은 구성이었습니다. 책의 반에서 3/5 정도 지나면 이야기의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게 됩니다. 범인이 누군지, 범인은 왜 질풍을 이용해 살인을 저질렀는지 말이죠. 순간적으로 추리에서 삐끗하고 벗어나는 순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다키자와와 다카코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캐릭터의 매력, 넘칩니다. 다만 중간이 이상해서 그렇지.
띠지에서 유하 감독은 말하지요. 이 시대를 살고 잇는 가족에 대한 의미와 그들의 고독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 그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인 것 같습니다. 책을 보는 눈이 낮은 저로서는 무언가를 딱히 깨달은 점이 없었거든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이용해먹은 놈이나, 순수하고 늠름한 늑대개 질풍을 이용해 복수하려는 놈이나, 결국 다 거기서 거기란 말인갑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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