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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고정관념을 깨고 진실을 마주하라 - 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by 양손잡이™ 2012. 2. 25.
미로관의 살인 - 9점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029.

  본격 미스터리는 트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높으므로 글도 자연히 짧아지겠군요. 최대한 해살을 줄이고자 했으나 어쩔 수가 없어요. 밤에 글을 써재끼다보면 감성이 이성을 앞지르거든. 잘못하면 김전일 만화책 맨 앞 장에 '범인'이라고 크게 써놓은 격이 되려나요. 에이, 몰라.

  아야츠지 유키토, 오랜만입니다. 한참 보고 있는 책은 하드커버인데 반해 손에 쏙 들어오는 문고본인 이 책은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우선 손에 부담이 가지 않아 마음이 가볍습니다. 덕분에 한 자리에 앉아 다 읽었습니다. 후아, 이래서 문고본이 좋아요. 우리나라 출판계 이상하다니까.

  이 아저씨의 유명한 책으로는 '관 시리즈'가 있습니다. 6개가 있다고 하던데 저는 3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데뷔작인 십각관과, 시계관, 그리고 이번 책인 미로관. 십각관은 데뷔작이라 그런지 트릭이나 전개가 조금 어색했지만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시계관은 관 시리즈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고요. 관 시리즈 외에 책은 <어나더>(2011)밖에 읽지 않았는데 넷 중에 가장 재미가 없었네요. 관 시리즈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책이었지만 제가 너무 '관'을 기대했나봐요. 2승 1패인 아야츠지 유키토, 이번 공에 과연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하여 미로관을 폈습니다. 무려 쓰쓰이 야스타카의 책을 내려놓고 빌린 책입니다. 그만큼 기대를 했다는 거지요.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이 아저씨의 책이 <어나더>이기에 기대 반 걱정 반.

  관 시리즈를 표방하기에 여전히 나카무라 세이시의 건축물이 등장하고요, 이 요상한 건축가의 작품 안에선 항상 밀실 살인이 일어나기에 너무나도 당연히(?) 사람이 죽어나갑니다. 그런데 어랏? 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겨우 관 시리즈 중 2개 작품밖에 보지 않았지만 뭔가, 눈에 걸리는 거 있죠. 싱겁습니다. 트릭이 뭔가 빤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본격 미스터리 대여섯 편 읽었다고 이쪽으로 조금 통달한 것인가? 물론 드문드문밖에 모르고 논리적으로 연결을 못 했지만.

  아야츠지 유키토의 초기작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단서에 대한 추리를 말할 때도 '혹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의혹을 품었던 부분이 딱 들어맞았고 '관 시리즈'다운 트릭도 애시당초 알아버렸어요. 생각해보니 이 아저씨, 일부러 눈에 띄게 힌트를 배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답을 보고 논리의 아귀가 조금 어긋나 있음을 느끼기도 했고요. 100% 정확한 물증이 없고 심증이 있거덩.

  여기부터는 명백히 헤살입니다. 조심하세요. 이 소설은 트릭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양파를 까면서 눈물이 나는데 아직도 주먹만치 남은 기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릭을 사용하는데 해답편을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서 책 앞뒤를 왔다갔다 하실 겁니다. 나만 그랬다고? 에이 설마.

  이 세상의 모든 트릭은 바로 고정관념을 비트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두 멋지게 그 논리를 깨어봐요. 에필로그 20쪽이 주는 충격이란, 아아. 작가가 말한대로, 해답편을 보기 전에 범인을 맞추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복선도 있고 충분히 힌트도 줬고. 자, 이 짤막한 감상에도 힌트는 많습니다. 책, 보세요. 나름 재밌습니다. 싫어요? 쫄리면 뒈지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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