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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마음을 가라앉히고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by 양손잡이™ 2012. 2. 28.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10점
혜민(慧敏) 지음, 우창헌 그림/쌤앤파커스


030.

 제가 혜민 스님을 만난 곳은 절이 아닌 온라인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분들이 어떤 스님께 친구 추가를 하시길래 무슨 분이신가 하고 호기심에, 저도 추가하였습니다. 그 전에는 스님이라곤 법정 스님밖에 몰랐습니다. 별 관심도 없었고요. 그런데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보다 보면 좋아요와 덧글이 엄청 달린 글이 가끔 보입니다. 그런 글 대부분이 바로 혜민 스님께서 적으셨던 피드였어요.


  경구와 허세는 사실 한 끗 차거든요. 한 화가께서는 엄청난 인고 끝에 도화지 위에 점을 그리시고 그게 엄청 비싼 값에 팔렸다고 하잖아요? 우리 같은 범인은 단순히 점 하나지만 그분께는 그 점 하나하나에 인생의 굴곡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을 미워하지 마라. 이런 말,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명상에서 우러나온 한 마디는세상의 모든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합니다. 스님들께는 밥 먹었냐, 어디 가냐는 단순한 질문에도 진리를 담은 대답을 해주신다고 하네요.

일이 안 되면
내 탓으로 돌려서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그게 전부 내 탓인가요?
예를 들어,
나는 조용필인데 저쪽은 파바로티를 원하면
당연히 내가 낙점되지 않지요.
인연이 아닌 것이지
내 탓 아니니 등 쫙 펴세요! 파이팅! (25쪽)


  저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인간입니다. 길을 걷다가 상대가 먼저 부딪혀도 제가 피해갈 수 있기에 피하지 못한 것에 사과합니다. 작은 잘못에도 주눅들어 금세 풀이 죽고 낙담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항상 내 잘못만 있는 건 아닌데, 그렇게 하면 책임을 피하는 것 같아서 또 기가 죽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는가 봅니다. 제 잘못이 분명 있겠지만 '전부'는 아니니까요.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짊어지고, 모든 이에게 착한 사람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무조건 '내 탓 아니야!' 하는 태도는 버려야겠지만 말예요. 뭐든지 중간이 어려운가 봅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켜요.
잘생긴 나무는 먼저 베여 목재로 쓰입니다.
진짜 고수는 뛰어난 체하지 않습니다. (134쪽)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 (231쪽)


  또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척하기'입니다. 취미가 독서인데 요즘 사람들이 하도 책을 읽지 않으니 저도 모르게 허례허식만 느는가 봅니다. 너는 책도 안 읽고 뭐했냐, 나는 요즘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는다 하며 저도 모르게 뽐내고 말지요. 책에서 줏어들은 글줄 가지고 문자 쓰듯 잘난 척, 똑똑한 척하기도 하고요. 그런 저에게 누가 뭐라고 하면 괜히 심술부리는 거라고 웃어 넘기곤 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아주 오래된 속담을 알고 있지만 속으론 그게 안 되는 걸 어떡해요.

  머리로 알지만 마음과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아이러니. 그 모든 것을 합일하기 위해 그 많은 분들이 명상과 기도를 하셨나 봅니다. 혜민 스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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