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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불멸의 문학에 온 걸 환영한다 -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by 양손잡이™ 2012. 2. 19.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 7점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뿔(웅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 10점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뿔(웅진)


020, 024.

  밀레니엄 시리즈를 접할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09년에 장르문학 잡지(지금은 폐간됨) '판타스틱'에서 시리즈를 극찬했을 때, 지금은 절판된 구간 표지가 너무 무서워서 그냥 놓았습니다. 두 번째 기회는 <밀레니엄> 시리즈가 재간된 '11년이었습니다. 한참 블로그에 책 감상 포스트를 올리던 때였는데 출판사에서 .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줄테니 감상이나 써볼래?'라고 해서 와 공짜책이다, 하며 득달같이 달려들었죠. 하지만 도착이 늦어져 흥미를 잃었고 결국 이놈은 1년 동안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씁니다.

  영화가 한참 이름을 날리고 덩달아 원작도 잘 팔리더라고요. 영화 쪽은 아니어도 책 쪽으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책을 볼 생각에 2월에 읽을 책으로 골라놨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다른 책을 봐야 할 일이 있어서 고생 깨나 했지만요.

  제가 끝까지 읽는 책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뉘는데 스토리가 좋은 놈(캐릭터도 한몫 합니다), 문장이 좋은 놈, 그리고 전공서적입니다. 세 번째는 논외로 칩시다. 흠흠. 밀레니엄 시리즈는 스릴러 소설로서 스토리로 이끌어가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을까요? 밀레니엄 시리즈는 한 부가 꽤나 두꺼운데 중간에 큰 고비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1권만 보면 이걸 뭔 재미로 읽나 싶었거든요. 딘 쿤츠의 <살인 예언자> 맨 처음을 보는 듯한 느낌? 문장 자체가 약간은 늘어지면서 흐름이 약간 루즈해지고, 분명 필요한 설명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별 쓰잘데기없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작가가 기자출신이어서 그런가. 영상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충격적인 장면이 몇 있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겠지만 소설에 왜 그리 열광했나 싶기도 했거든요.

  1권을 덮고 고민했어요. 2권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도 사람들이 추켜세우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해서 2권을 폈습니다. 다행히, 빙고.

  1권에서는 흐름이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리에트라는 과거 인물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전혀 진행되는 것도 없고, 게다가 미카엘은 이 자기가 맡은 이 사건을 풀 거라고 생각도 안했고요. 남여 주인공인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조금씩 엮이기는 하나 아직 만나지 않아 서로 자기 얘기하기 바빠서 영 긴장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권부터는 사건에 진전이 있습니다. 과거에 놓쳤던 작은 것들을 번뜩이는 머리와 기자로서의 직관으로 조금씩 이어가면서 말이죠. 여기서부터 2권의 2/3 정도까지 계속 몰아칩니다. 이 부분은 정말 볼 만하더군요. 결말은 다소 싱거웠지만 그 안에 담긴 많은 쟁점들을 엮은 작가의 필력은 어우, 굉장하더군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시리즈 스릴러 소설에는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중요하잖아요? 보슈라든가 링컨 라임이라든가. 솔직히 미카엘은 별로 정이 안 갔어요. 기자로서 신념을 가진 건 좋은데 이 아저씨는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남자라서 그런가? 대신 리스베트가 참 매력적이죠. 안 좋은 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타락하지 않은 마음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는 멋있는 아가씨. 때로 표독스런 눈빛으로 쏘아볼 때도 있지만 자신이 처음 느끼는 감정에 놀라는 순수한 아가씨. 닫힌 마음을 서서히 열어가는 과정이 너무 예뻤습니다. 여자라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밀레니엄 시리즈의 맨 처음이라 그런지 프렐류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카엘과 리스베트 콤비는 어떻게 만났는가, 그들의 배경은 어떠한가, 밀레니엄은 어떤 곳인가.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다음 부를 기대할 만합니다. 10부 중 3부에서 이야기가 끝나서 매우 아쉽지만요. 적어도 밀레니엄 1부만 보면 정적인 느낌이 나는데 오히려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도 매우 아쉽습니다. 취향차이겠지요.

  스릴러 소설 좀 읽어야겠습니다. 이쪽은 많이 읽지 않아 스릴러 장르의 맛을 아직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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