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 - 타임머신 (H. G. 웰즈)

by 양손잡이™ 2012. 2. 22.
타임머신 - 10점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심재관 옮김/엔북(nbook)


026.

  타임머신은 일찍이 영화(2002)로 접했습니다. 80만년 후의 원시부족과 괴물, 그리고 백발 할아버지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그때 봤던 결말이 참신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결말이 병맛이다, 원작을 완전히 망가트렸다고 하지만 영화 자체로 보면 나쁘진 않았습니다. 사실 그땐 SF고 웰즈고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고전 중에 고전이라는 웰즈의 <타임머신>. 무려 1895년에 쓰였습니다. 점, 선, 면의 3차원 외에 4차원으로 시간을 언급한 게 언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의 4차원 시간축을 이동합니다. 지금은 숱한 책에서 4차원 개념을 말하기에 거부감 없이 이 개념을 받아들이지만 이 책은 무려 100년도 전에 쓰였다고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메타소설 <시간의 지도>를 읽기 전에 적어도 원작은 읽어봐야지 않나 싶어 편 책입니다. 별 기대는 안했습니다. 같은 제목을 가진 책 대다수가 어린이용 책이더군요. 전에 본 영화 내용도 기억하고 있어 그냥 훑어보려고 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딱딱하게 시작하더니 1/3 정도 지나니 오 마이 갓-뜨! 책이 얇아 심리적 부담감이 적어 계속 보게 되더군요. 액션신이 적지만 고작 액션신 보려고 책 보는 거 아니잖아요. 웰즈가 가지고 있던 철학적 사고도 엿볼 수 있었고요. 긴장감이 넘치고 무엇보다도 위나라는 여자캐릭터가 너무나 귀엽고 예쁩니다! 으헝헝.

  미래에는 유토피아가 펼쳐져 있으리라 생각하고 미래로 온 시간여행자, 그의 눈 앞에는 평화 속에 사는 사람들만이 있습니다. 공포도, 두려움도 없이 매일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우물 아래에는 오로지 노동만 하는, 추악한 모습의 종족이 살아갑니다. 시간여행자는 인류가 이리도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사라진 타임머신을 찾아 이리저리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소재로 쓰인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영화와 달리 시간여행의 역설은 언급하지 않더군요)도 참신했지만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는 웰즈의 통찰이 더욱 빛났습니다. 중간중간 조금 뛰어넘은 부분이 있어서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요. 아니, 몇 번을 봐도 100% 이해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기계를 이용하며 발전하던 인류가 오히려 그 문명 때문에 서서히 멸망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또한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그리기도 하고요. 엘로이(지하에서 지상으로 역추방된, 아름다운 종족)는 또 그런 문명의 힘이 없으니 약하고 무기력하게 살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힘이 없는데도 그들에게 물건을 만들어 바치던 몰록(지하에 사는 종족)은 계속 물건을 만들어 바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확연히 다르게 진화하기 전에,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빛에 대한 적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요. 그러니까, 순진해 보이는 엘로이는 몰록을 속이고, 몰록은 단순한 이유임에도 그걸 너무나 당연히 여겨 아래에 숨어 살고 있는 겁니다. 습격이라고 생각한 몰록의 행동들이, 어쩌면 해방을 위한 아름다운 운동이지는 않을까요. 뭐, 순전히 제 생각일 뿐입니다. 이렇게 보니 시간여행자의 행동과 생각도 서구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네요.

  에잇, 왜 이렇게 다크한 생각만 들지? 나중에 한 권 사서 몇 번이고 다시 보렵니다. 허허.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