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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 김훈 (문학동네, 2022) 출간하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김훈, 안중근 - 이 두 이름에 눌려 이제야 폈다. 역사의 무거운 이야기인만큼 마음이 어둑해지는 걸 막으려고 짧게 끊어서 읽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 책은 일제 치하,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이야기다. 역사는 다들 알테고, 결말은 바뀌지 않으니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점을 몇가지 남긴다. 정리가 안된 거친 스케치다. 1. 온통 무미건조함 김훈의 문체는 건조하기로 유명하다. 역시 그러하다. 실제로 하얼빈의 추운 기후가 느껴질 정도다. 무거운 역사이기에 더욱 그렇게 쓴 걸까 생각될 정도다. 문장과 인물 모두 과장이 없고 담담하다. 인물 간 대화만 보면 이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청년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모든 인물이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은 .. 2022. 12. 1.
[월간 헌이책장📚] 2022년 11월 🍁 전달에 아픈 몸이 차차 낫다가 이번달에 덜컥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읽었으나 머리에 남는 건 없었다. 결국 한두 줄 느낌만 남겨놓은 독서노트도 엉망이다. 힘겹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읽었으니까, 기록을 남겨둔다. 다정소감(양장본 Hardcover)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다정소감》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책 제목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다. 동시에 김혼비가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다정한 사람은 조금씩 유난하다. 작가의 문장은 그래서 유난히 반짝인다. 그렇게까지나 멀리 내다보고, 이토록이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실낱같은 .. 2022. 11. 30.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을유문화사, 2017) 알쓸신잡에 출현한 유현준 교수의 두번째 책이다. 방송에 얼굴을 비춘 후 워낙 유명해지셨고(나만 몰랐던 분인가?) 책도 많이 팔리고 했으니 별로 읽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선택됐고,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책의 도입부부터 꽤나 도발적이다. 학교와 교도소가 디자인과 기능, 목적이 모두 유사하다는 것이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내고 싶었나 했는데 1장을 읽다보니 또 일정 부분 설득당했다. 전국 8도를 통틀어도 동일한 디자인. 네모난 박스처럼 생긴 건물 외형.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창문. 건물 부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쳐둔 담장. 학생들이 보이는 여러 신체, 정신적 문제는 교도소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재밌는 해석이다. 으레 건축이라 하면 그저 도면과.. 2022. 11. 28.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 해럴드 슈와이저 (돌배게, 2018) 제목을 보자마자 아, 이 책이다! 시인,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인데,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인이 되는 것일까? 이토록 낭만적인 제목에 빛이 바랜듯한 분홍색 표지는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지만 첫 장을 보자마자 나는 알았지, 이 제목은 사기라는 걸.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친구와 두 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30분 늦으니 잠시만 기다려, 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앙리 베르그송이 어쩌고, 에서 저쩌고, 시몬 베유가 솰라솰라, 아이고 머리 아프다. 책 뒷편의 광고문구는 기다림, 시간의 선율과 공명하는 마음의 산책 -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경유하며 탐색하는 생의 비밀스런 사건 이란다. 심지어 영문 제목은 그냥 이다. 그 어디에도 시인의 ㅅ 자도 보이지 않는다. ..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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